“3만원 받고 ‘할머니’ 빌려드립니다”…일본서 유행한다는 이 서비스는?

2025-07-14

인생 문제로 고민이시라고. 괜찮다. 일본 가서 ‘이것’만 빌리면 된다. 대여하는 ‘이것’의 정체, 놀랍게도 할머니다. 노년층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할머니 대여 서비스’가 일본 뿐 아니라, 유럽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기업 클라이언트 파트너스가 2011년부터 선보인 ‘오케이 할머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간당 3300엔(약 3만 1000원)의 출장비와 교통비 3000엔(약 2만 8000원)을 내면 60~94세 사이의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이색 서비스다.

라이언트 파트너스 소속 오케이 할머니는 현재 약 100명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요리 배우기, 아이 돌보기, 육아 고민 상담, 뜨개질·바느질 교육, 고부 갈등 상담, 집안일, 대화 등을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클라이언트 파트너스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과 고민이 쌓인 이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라며 “마음의 풍요로움이 필요한 게 현대 사회다. 시니어들의 안정감과 너그러움,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가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36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중 4명 중 1명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실버 노하우 전수 서비스는 유럽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이다.

독일에선 아이를 돌보기 벅찬 가정과 실버세대를 연결하는 ‘조부모 대여’ 서비스가 인기다.

현재 독일 전역에서 수백 명의 실버세대가 참여하고 있다.

반응도 좋다. 한 아이의 대여 할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에겐 리더는 “아이와도 금방 친숙해 진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언제든 신청해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부모 대여’ 프로그램은 세대를 잇는 새로운 복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실버세대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고, 맞벌이 부모들은 부담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던 아이들은 정서적 울타리까지 얻을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조부모 대여 서비스는 없지만, ‘사람’을 책처럼 빌려주는 ‘휴먼북’서비스가 활성화 돼 있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테니스 강습, 뜨개질 강습 등 각종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사람’을 빌려주는 휴먼북 대여가 풀부킹될 정도로 인기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지난 6월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휴먼북라이브러리(정약용도서관 1층) 데이를 진행해 생활한자강습 등 강의프로그램을 개설, 호평을 받았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